[서울=뉴시스】이상택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진정 '비리와 독직으로 얼룩진 자신의 팔과 다리'를 잘라내는가.
한수원은 지난달 2주간의 특별신고기간을 정해 뇌물을 상납 받은 직원들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았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이 비리척결을 목적으로 설정한 일명 '레드휘슬'이 활동을 시작한 것.
레드휘슬을 통해 벌써 10여건의 제보나 자진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소문에는 20여명이 적발됐다는 말도 돈다. 이미 알려진 뇌물 사건외에도 비리가 더 발견된 셈이다. 한수원은 비리 혐의가 있는 직원들에 대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해진다.
한수원은 그동안 검찰이나 감사원에서 적발되면 마지 못해 응했었다.
"한수원은 '까라면 까라식'의 군대식 조직 문화가 짙게 배어있다. 극히 폐쇄적인 문화가 온갖 비리의 연결고리를 형성한 면이 없지 않다." 정부 관계자의 시선에 비친 한수원의 모습이었다.
뇌물비리, 서류위조 등 온갖 지저분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수동적이던 한수원의 자세가 전향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직접 행동을 통해 비리 척결의지를 나타낸 것.
'비리 공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한수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반증으로 읽혀질 정도다.
낙지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꼬리를 잘라내고 달아난다고 한다.어느 조직이나 동료이자 선후배의 비리를 스스로 파헤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수원=비리 백화점'이란 꼬리표를 잘라내는 것은 낙지가 제 발을 잘라내는 것보다 어려우면 어렵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동안의 한수원을 되돌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얼마가 간이 크고, 배짱이 두둑하면 국민 생명과 직결된 원전 부품마저 뒷돈 챙기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었겠는가.
김균섭 사장은 요즘 "전력난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수원 임직원들도 잠이 오지 않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부디 이번이 수채구멍에 빠진 한수원을 꺼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점을 분명히 깨닫기를 희망한다.
<출처> 뉴시스 http://vo.to/qA7